2024. 8.11 한라산에 친구와 등반한 날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챙기는 남편의 모습에 '많이 설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남편이 몇 년만에 다시 가게되는 한라산 등반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친한 친구가 여름휴가를 맞춰서 같이 한라산을 가자는 제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큰 일도 몇 번 치루다 보니 나름대로 조금은 쉴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내 마음도 가벼웠다.
제주도에 살면서 꽤나 많은 한라산 등반을 했던지라 남편이 가방을 챙기는 모습은 여느때보다 더 수월했다. 얼음물, 이온음료, 오렌지쥬스, 단팥빵..... 뭐 별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친구와 같이 먹을거라고 전 날 밤부터 냉동실에 가득 채워 놓은 먹거리에 그저 미소가 지어졌다.
" 내일 새벽 3시에 깨워줘 ~"
" 응?! "
" 호텔에 친구 데리러 가야 하거든... 첫 산행 시간에 맞춰 올라 가려고.."
" 응..."
남편 친구는 이번 휴가를 한라산 등반을 위해 제주도를 2박 3일 왔다. 친한 친구와의 오붓한 한라산 산행을 휴가로 다 투자한 셈이다. 그런 것을 보면 꽤나 친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라산에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그것 또한 친구가 다 했다고 했다. 남편은 한라산 가는 당일 새벽에 일어나 호텔에친구를 데리러 갔고 첫 시간에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요즘 한 낮 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날씨라 그런지 의외로 새벽에 가도 주차공간이 널널하다고 했다. 봄, 가을에는 아무리 일찍 서둘러 가도 주차공간이 없는데 .... 더울때는 힘들어서 예약한 사람들이 한라산 등반을 많이 포기했는다 보다.
친한 친구와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대화를 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 않고 갔다고도 했다. 나랑 갈때만 해도 두 군데 있던 대피소에 화장실이 영 불편했었는데 요즘엔 쾌적하게 다시 만들었다고 하니 다음에는 나도 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화장실 한 번 갔다가 완전 일주일을 고생했던 일이 있어서.........
날씨는 많이 더웠지만 올라 갈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괜찮았다고 했다. 사실 남편이 한 장 한 장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얼마나 친구와 재미나게 갔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랑 한라산에 갈때는 사진 찍는거는 거의 내 담당이었으니...그만큼 여유가있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날씨도 좋고 초록초록한 분위기에 휠링은 제대로 되었을 것 같았다. 사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한라산 등반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버렸다. 한라산 가는 길 몇 장의 사진은 더 보기를 참고 ↓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 한참을 가다 보면 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아름다운 한라산 전경을 보면서 갈 수 있는 코스다. 물론 한 여름 무더위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힘들수도 있지만 그것도 즐기면서 가야 진정한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무더운 날씨지만 한라산 백록담의 전경은 정말 수려하니 아름다웠다고 했다. 사진으로만 봐도 구름에 씌워진 풍경이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이른 시간 출발해 한라산 정상에 도착하기 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한라산 정상에 도착해 꽤나 흐뭇했다고....
너무 더워서일까... 생각보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 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날씨가 선선했다면 나무데크 쪽에는 한라산 정상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을텐데.... 한 여름의 한라산은 이렇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구름이 걷히니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은 정말 경이로워 보였다. 마치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써도 될 만큼 말이다.
친구와의 오붓한 시간을 한라산 정상에서 보내는 모습에 부러움이 가득한 필자이다. 무슨 대화를 하든간에 뭐든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게 오른 만큼 다시 내려가야 하는 한라산이긴 하지만 늘 그렇듯 올라 갈때와 사뭇 다른 풍경에 그때부터는 잠시 여유를 두고 사진을 찍게 된다. 몽글몽글 구름이 있었다면 더 멋진 풍경이겠지만 그래도 한 여름의 한라산 정상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듯 했다.
몸이 천근만근 다리가 점점 아파 올 시기지만 정상을 맛 본 자만의 여유로운 마음은 그 모든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는 것같다.
드디어 이른 새벽 출발 했었던 그 장소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다.
꽤 오랜시간 한라산 등반을 했지만 아마도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은 한라산 높이 보다 더 값어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년 가을에 다시 함께 한라산 등반을 하자던 친구의 말에 흔쾌히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우리에게 있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일은 산을 오르면서 훌훌 털어 버리고 왔음하는 바람이었다.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지만 밤 늦은 시간까지 친구와의 산행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평소 하루에 만보 걷기도 힘든데 한라산 등반 한 날은 36,000보 이상을 걸었다고 휴대폰 화면을 캡쳐해 준다. 만약 처음 한라산 산행을 준비 한다면 한라산 높이 만큼 이 정도의 걸음은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듯.....
여름의 한라산 백록담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동영상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