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카페 - 미도다방
대구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때 90년 대 초에는 다방, 다실이 유명했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다실은 요즘 말하면 MZ세대들의 아지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었었다. 보통 수정과를 많이 시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얼마 전 대구의 한 카페에 가서 옛날 정취를 한껏 받고 왔다.
방송에 나와 더 유명해졌다는 이곳은 미도다방이다. 요즘의 다방이라고 하면 시골의 다방을 연상케 하는데 이곳은 다른 느낌이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부터 젊은 세대들까지 다양한 연령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젊은 세대라고 하면 30대 이후 연령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대부분 40대 이후의 연령층이 많았다고 해야 맞겠다.
미도다방
영업시간 - 오전 9시 30분 ~ 밤 10시
전화번호 - 053 252 9999
대구 옛날 80~90년 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 가보게 되었다. 사실 카페라기 보다는 옛날 다방, 다실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1978년에 개업해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꽤 오래된 다방이다. 도심에서는 거의 이런 곳들이 없어졌는데 대구는 조금 달랐다.
입구는 다방이라기 보다는 마치 옛날 음식점의 모습 같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도 나름대로 겨울을 이겨내는 꽃으로 입구를 장식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사실 입구를 보니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왜냐하면 나이 드신 분들이 차를 마시고 나오는 모습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젊은 세대도 들어가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카페라기 보다는 다방이 확실하다. 대부분 차 종류다. 커피 메뉴는 그냥 거들뿐..... 그런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넓은 실내에도 놀라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을 뒤집었다. 완전 대박 그 자체였다.
젊은 세대도 있고 나이드신 분들도 있고 연령층이 다양했다. 물론 60대~ 70대 이후 어르신들이 거의 90% 차지해서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면 쳐다보는 그런 느낌이 들어 차를 마시는데 부담스러웠는지 후다닥 마시고 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재미났던 것은 차를 주문하면 한 테이블에 한 접시 가득 옛날 과자를 담아 나온다는 것이다. 조금 생뚱맞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했지만 재미나서 좋았던 것 같다. 거기다 주인장이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데 그 또한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주인장 나이 어림짐작해서 나이가 70은 넘어 보였는데 말이다.
설탕이 들어 있는 통을 보니 옛날 다방 분위기 그대로다. 물론 실내도 마찬가지지만....
우린 이곳에서 제일 많이 나간다는 쌍화차를 주문했다. 난 생달걀 노른자를 안 먹어 약차를 주문했다. 쌍화차 맛을 약간 보니 평소 먹던 쌍화차와 달랐다. 간이 너무 약해서 이게 쌍화차인지 쌍화차에 물을 탄 건지 모를 정도로 약해 오히려 약차가 나았던 것 같다.
약차 맛은 이것저것 한약재를 넣어 끓인 옛날 보양 같은 맛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오히려 이게 더 나았던 것 같다. 쌍화차는 생달걀이 들어가서 온도도 많이 낮아 밍밍했다. 그런데 이곳에선 대부분 쌍화차를 주문 하셨다. 가격대비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긴 했다. 쌍화차 가격 5,000원이고 약차는 4,000원이다.
약차를 주문하면 생강을 주는데 쓴 약차에 쓴 생강이라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원래 이렇게 먹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선뜻 손이 안 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사람들도 많았다. 거의 대부분 60~ 80대 어르신들이었고 쌍화차를 주로 드셨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다방, 다실의 모습을 잘 갖춰져 있었고 요즘 세대들은 조금 생소할 장소이긴 했다. 그래도 방송에 나와 오래된 다방의 모습이라는 것에 한 번쯤은 가봄직 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점점 옛 모습이 잊혀져 가는데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 온 다방의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잠시나마 90년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외관에서 볼 때는 조금 멈칫하게 만드는 곳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듯 그저 웃음이 나는 그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