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야겠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해 언제부터인가 뱃살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양의 밥을 먹는데도 배가 나오는 것을 보니 나잇살도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운동부족이다. 건강을 조금씩 이제 신경써야 할 나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 두번은 올레길을 걸으며 서서히 운동의 재미를 만끽해보려 한다.
며칠전에는 제주도 유명한 숲길 사려니 숲길을 걸었다. 그런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사실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요즘같은 시국에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 조금 꺼려지는 코스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해변가를 운동코스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북촌리다. 조용한 마을인데다가 올레길과 연결되어 있지만 햇살이 비추는 곳들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북촌리 해안가를 시작으로 이쁜 동네 한바퀴를 걸었다. 시간은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사실 운동을 하려면 조금 빠른 보폭으로 걸어야 하겠지만 제주도라는 특성상 그렇지 못한 것이 단점이기도 했다. 너무 이쁜 바다 그리고 신선한 공기와 여유로움이 시간을 더 늘어나게 했다. 빠른 걸음이면 아마도 20~ 30분 정도 소요되었을 거리다.
해안가를 걷다 보니 바닷가 부근에 관광객들이 줄서 있다. '무슨 일이지?' 하며 주위를 둘러 보니 이곳이 바로 창꼼이란 구멍난 바위가 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요즘에는 여행객들도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SNS에서 핫한 곳을 선택해 오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젠 한적한 곳도 SNS에 한 번 뜨게 되면 그곳도 관광지가 되는 제주도다.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심신은 안정이 된다. 이게 제주도에서의 여유로움인 듯하다.
해안가 주변을 걷는 것도 좋고 마을입구에 들어서는 곳도 한적하니 좋았다.
이름모를 잡초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도 이쁘게 보인다. 어릴적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나고 걷는 내내 추억 속으 빠져 드는 것 같아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리모델링하는 곳도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80년대 건물을 보는 듯 새로웠다.
제주도 오래된 마을이나 동네에는 재생사업이란 명목으로 오래된 건물이나 벽에 벽화를 그리는 곳이 많다. 이곳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알록달록한 색감의 벽화가 마을을 더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유난히 한적해 보이는 마을 풍경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다.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벽에 적어 놓은 글귀처럼 정말 아름다운 북촌리 맞다. 걷는 내내 너무 좋았던 느낌때문이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제주스런 곳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지나가는 길가 한켠에 심어진 꽃들이 너무 이쁘다. 이러니 걸으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자동차로 제주를 한 번 둘러 보는 것과 걸으며 제주를 느끼는 것은 많이 다르다. 몸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겠지만 훗날 기억에는 더 많이 남게된다. 내가 그랬다. 물론 그런 감정이 좋아 이곳 제주도에 이사를 오게 된지도 모른다.
돌담 곳곳에 심어 놓은 다육이도 어찌나 이쁘던지.... 밋밋한 돌담에 생기를 불어 넣은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어느집의 해녀일까? 사뭇 궁금해지는 벽화다.
어느 마을이든 마을 곳곳엔 용천수가 있다. 그래서 더 정겹게 느껴지는지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해 그려 넣은 벽화 잘 그렸다. 운동삼아 빨리 걸어야 함에도 이런 정겨운 풍경이 있으니 빨리 걸을수가 없다.
천천히 걸어 운동이 될까?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너무 이쁜 북촌리 마을에 그저 휠링하며 걸었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이런 느낌을 발판으로 다른 올레길도 운동삼아 잘 걷게 될지도..... 운동은 힘들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처럼 조금 여유롭게 휠링하며 걷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내 생각이겠지만....... 내일은 어디를 또 걸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