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 익선동
마천루 같은 느낌의 서울 도심은 늘 바쁘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조금은 숙연해지기도 한다. 늘 그렇듯 우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먹고사는 일이 먼저란 생각에 그저 그려려니 다른 사람들처럼 나 자신도 그렇게 된다. 하지만 때론 뒤도 돌아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샌가 늙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사뭇 안타깝다. 오늘은 그런 나 자신을 위해 조금은 여유로움을 주기로 했다.
날씨가 춥다고 느껴질 즈음엔 벌써 겨울이고 봄이 언제 올까 기다리지만 그래도 무더운 여름을 생각하자란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익선동에 갔던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겨울만의 또 다른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그런 곳이었다. 익선동은 옛것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카페, 맛집이 골목길에 즐비하다. 백화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괜찮지만 사실 이런 곳에서 즐기는 먹거리도 운치가 많이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요즘엔 젊은 층이 많이 가는 핫플레이스로 사랑받는 동네이기도 하다.
80년대 한 골목길 같은 느낌도 많이 들고 곳곳에 옛 추억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요즘 핫플레이스답게 세련된 카페, 맛집들이 많이 생겼다. 사실 가격대도 만만치 않지만 서울 한 복판 골목길에서 느끼는 멋도 있어 이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옛 집을 카페, 맛집으로 리모델링해 놓아 운치도 있고 멋도 있고 추억도 있다. 어린 시절 골목길 같은 풍경에서 즐기는 맛이란 사실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지나간 과거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마음속엔 언제나 또렷한 기억으로 자리 잡아 있기에 이런 골목길에서의 추억은 늘 새롭다.
찐빵 기계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생뚱맞게 골목길에 떡하나 나와 있는 찐빵 기계에 그저 웃음이 났다. 옛날의 찐빵과 크기가 많이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정감이 가는 이유는 어린 시절 찐빵의 추억 때문이 아닐는지...
참 희한한 건 꽃집에서 파는 다육이와는 달리 소품샵에서 파는 다육이를 사가면 왜 그렇게 빨리 죽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 못 키워서 그런가?! 하여간 아직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겨울이지만 조화와 생화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삭막한 거리는 운치가 있어 좋았다. 여전히 젊은 사람들의 아지트로 사랑받다 보니 지금도 곳곳에선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서울 한 복판이라 나름대로 가겟세도 저렴하지 않을 텐데 값비싼 자재로 인테리어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이곳이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도 많이 가는 곳이긴 하지만 지역 관광객들이나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찾는 나름대로 서울의 핫플레이스라는 말이 실감 났다.
외국의 한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가 사뭇 이국적인 풍경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이렇듯 시대의 흐름에 잘 맞춰가고 있었다.
때론 한국적이고 때론 이국적인 동네 익선동은 해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삭막했던 시대를 말해 주는 듯 1년마다 바뀌는 가게들이 조금은 불안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