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여행- 소쇄원
전라도는 갈때마다 느끼지만 변함이 없이 늘 정겨움이 가득하다. 해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여행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발전이 없는 전라도의 여행길이 지겹다고 하지만 난 그와 반대인 것 같다. 고향집을 방문 하듯 변하지 않는 풍경에 푸근함마져 들기 때문이다. 지금껏 전라도에 갈을땐 화창한 날씨였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하지만 비가 폭우처럼 내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난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하기때문이다.
비오는 날 소쇄원 풍경
부산에서 전라도 여행을 하려면 늘 바쁘다. 1박 2일 코스로 정해져 있지만 왠지 그 시간안에 몇 곳도 둘러 보지 못하고 내려 와야하는 아쉬움이 클 것 같아 늘 그렇듯 우린 여행을 가면 새벽녘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전라도는 여행을 많이 갔지만 사실 볼 곳이 너무도 많은 곳이다. 그래서 늘 빠지는 부분이 적잖았다. 이번 소쇄원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여행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조금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소였지만 왠지 운치가 있어 보이고 좋아 보여 이번 여행길에서 한 코스로 택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구경을 간 듯 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일꺼란 조금은 당당한 생각이 순간 날아 가버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먼저 닿기 전에 소쇄원에서 아내와 오붓한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나보다.
소쇄원 입구에 들어서니 대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산림이 운치를 더 해 준다. 부산과 달리 너무도 공기가 산뜻하고 좋다. 이런 곳에서 살면 아마도 오랫동안 살면서 병 하나 걸리지 않고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와서 촉촉한 느낌이 몸으로 와 닿는 것이 너무도 좋다. 피부트러블때문에 늘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왠지 큰 선물을 해 준 것 같아 좋다. 너무도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 그 모습에 얼른 시골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대나무 숲은 지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문명사회와 동떨어진 듯한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니다.
낭만을 즐기려는 즈음... 멀리서 들려 오는 사람들 소리가 익숙하게 들린다. 주차장에 몇 대의 차 뿐이었는데 이곳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 모여 있었다.
나무 숲 사이로 정자가 보인다. 이곳에 앉아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면 왠지 해탈해지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 본다.
정자에 앉아 자연을 만끽하는 순간..어디서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스며 든다. 대나무가 유독 많아서 일까...대나무를 이용해 수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 멋지다.
소소한 것 하나에도 놓칠 수 없는 소쇄원의 한 풍경이라 사진으로 소소한 아름다움의 풍경을 담아 본다.
새벽녁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니 그쳤다. 비가 그친 후 푸르름은 더 진해졌다.
하지만 이내 소쇄원은 장독위에 물이 떨어지듯 굵은 빗방울이 대나무를 때린다. 평소 보지 못했던 비오는 날 대나무 숲의 빗소리가 엄청 정겨움이 가득하다. 어릴적 시골 할머니댁 청마루에 누워 비의 운율을 느끼던 그때로 잠시나마 돌아간 듯해 기분이 묘하다.